진정한 Governance의 출발점, 내부 인사제도 혁신
아래 기사 내용 중 최근 삼성의 인사정책 변화가 "생존의 문제"라는 말이 와 닿습니다. 미래 조직은 나이가 많든 적든, 남자건 여자건, 공격적이든 보수적이든, 창의적이든 일상적이든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여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데 성패가 달려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 문화적으로 이런 부분에 제약으로 작용했던 부분을 제거하는 것이 인사, 조직 혁신의 핵심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인사철이 되면 나오는 아래의 가십성 기사 대부분이 주로 젊은 층의 조기발탁에 촛점을 맞추는 것이 경쟁과 성공지향의 천박한 사회, 문화적 현실을 노정하는 것입니다. 젊은 세대 발탁이 이전 선배 세대의 무조건적인 퇴출을 의미하는 관례가 정리되지 않으면 오히려 문제가 악화되거나 증폭될 수 있는데 이는 검찰같은 권력기관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기업들에도 만연된 사회, 문화 전반의 문제라 교정이 쉽지 않습니다. 핵심은 능력과 신뢰성을 겸비한 다양한 사람들을 밸런스를 맞추어 가며 제약없이 중용하여 강한 조직을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 분야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경험과 지식이 쌓이는데 100세 시대에도 불구하고 생물학적 나이로 기준을 정해 놓고 젊은 나이에 퇴직을 시키는 관행은 우매하고 비생산적입니다. 더구나 이런 관행은 사실 ESG의 Governance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조직이 새 리더가 들어서면 그 리더보다 많은 나이, 높은 기수를 연공서열에 의해 정리하는 이유 중 하나가 폭력적인 지배구조의 편의성 증진에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나는 우리 회사가 유연성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이런 불합리한 인사제도를 극복한 성공사례를 만들고 이를 통해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를 원합니다. 그러려면 나이나 직급 등 과거 관례에 얽매이지 않고 구성원의 생산적 이동이 원활히 이루어지는 유연하고 선진적인 사고와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기본적으로 타이틀이 특정업무의 권한과 책임을 나타내는 직책은 있지만 직급은 없어져야 한다고 믿는 이유입니다.
나이가 적다고 애송이 취급을 하거나 많다고 퇴물 취급하는 조직처럼 한심한 조직은 없습니다. 경험과 에너지가 더해져 다양성이 완성되고 조화를 이루면 조직은 강해집니다. 그러려면 신뢰성과 능력이라는 핵심을 벗어난 나머지 사항은 고려대상에서 배제되는 건강한 조직문화 건설이 필수적입니다.
오래 전부터 정년과 직급을 폐지한 우리 회사에도 아직 과거로 회귀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있는데 의외로 이런 생각을 젊은 층이 더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습니다. 잘 모르는 일을 고민해서 하고 책임지기보다는 시키는 대로 하는 게 편하다는 생각인데 저는 주체성을 포기한 일종의 노예근성이라고 규정합니다. 회사에 남을 사람과 나갈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은 나이나 기수가 아니라 각자 맡은 영역에서 제 몫을 못하거나 우리 미션과 비전, 핵심가치에 맞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40대 초반의 최문진 대표가 경영총괄대표가 되었을 때 나이 많은 선배들이 팀장이나 스탭으로 내려가는 실험이 이루어졌습니다. 최근 신규사업이나 기술개발 등 중요한 업무가 생기면 선배들이 후배들과 그 일을 맡아 해내고 멘토역할을 하는 등 다양한 성공사례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새 인사제도 시행이 1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자신의 롤을 선명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존재감 없이 사는 선배들도 있고 우리가 추구하는 지향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후배들도 많습니다.
이제 우리 조직도 23년을 지나면서 인생의 절정기인 30대-50대를 부강에서 보내고 어느덧 환갑을 눈 앞에 둔 선배들이 늘고 있습니다. 우리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영입한 대기업에서 은퇴 후 인생 2막을 여는 분들도 계십니다. 우리 식구 누구나 나중에 정말 일을 놓고 평생을 회고할 때 후회와 회한이 아닌 보람과 행복으로 추억할 수 있는 그런 일터를 만들고 싶습니다.
ESG 열풍이 불면서 많은 기업이 환경과 사회적 책임에 눈을 돌리고 있는데 정작 Governance 관련된 부분은 이사회를 사외이사로 꽉 채우는 발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나는 건강한 내부 조직 건설이 진정한 Governance 확보의 출발점이라고 믿습니다. 직급에 의존하지 않고 본질에 충실한 인사, 조직이 실행되면 강력한 Governance 실행의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사업도 성장합니다.
성찰이 있는 경영을 통해 진짜 리딩 컴퍼니를 만들고 싶습니다.
ESG 자체가 사업전략이고 경영인 회사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미 우리가 오래전부터 해 오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