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최고의 성공자산
기적을 부른 도전
2007년 서울시는 1976년에 지어진 중랑하수처리장을 부지 집약화가 가능한 생물여과공정을 적용해 기존 시설을 지하화하고 지상은 생태 및 체육공원으로 조성한다는 계획 아래 ‘중랑 물재생센터 1차 시설 현대화 사업’을 발주했다.
중랑 물재생센터 수주전에는 현대건설이 Degremont의 Biofor, GS건설이 Veolia의 Biostyr, 그리고 포스코는 BBF를 기반으로 제안에 참여했다. 포스코는 글로벌 수처리 기업의 공법을 적용한 타 기업들과 달리 뒤늦게 수주전에 뛰어든 탓에 중소기업인 부강테크의 공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설계를 수행하는 기술자들조차 우리의 설계를 Veolia와 Degremont의 설계와 비교 검증하는 상황이었다.
제안작업이 한창 진행되던 어느 날 포스코가 갑자기 사업 불참을 선언하면서 2달 간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듯했다. 그러나 국제적인 유가상승으로 해외 기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GS와 현대가 국산기술에 관심을 가지면서 기회는 다시 찾아왔다. 두 건설사로부터 동시에 제안을 받은 우리는 영업상 우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던 현대건설 대신 GS건설을 선택했다. 이유는 하루 먼저 제안해준 GS건설에 대한 의리 때문이었다.
제안 과정은 험난했다. GS건설의 설계가 Veolia의 생물여과기술을 토대로 이뤄진 상황에서 우리는 큰 변화 없이 여재만 교체하기로 하고 제안작업에 들어갔다. 무엇보다 준비기간이 턱없이 짧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결정이 나중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 그때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주말도 잊은 채 밤낮으로 바쁜 나날의 연속이었다. 귀가시간도 아까워 인근 목욕탕에서 잠깐 눈을 붙이고 다시 출근하는 날이 이어졌다. 설계사에서 기존에 진행된 설계와 기술 내용을 설명하면 우리는 거꾸로 그 근거자료와 참고자료를 찾아 보충하는 일을 지겹도록 반복했다. 한참 진행된 설계가 변경된 데 따른 설계사들의 따가운 눈총도 더해졌다. 그러나 하루 25만 톤을 처리하는 대규모 시설에 초기우수처리부터 주처리까지 부강의 기술이 전면적으로 적용되는 현장인 만큼 우리는 기필코 해내겠다는 열정으로 충만했다. 무엇보다 우리 도전의 밑바탕에는 BBF 기술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중랑물재생센터 수주(2008)
2008년 12월 24일 결과가 발표됐다. 메리 크리스마스! 현대건설이 Degremont의 기술을 앞세워 끝까지 선전했지만 서울시는 GS건설과 부강테크의 손을 들어주었다. 국제전을 방불케 하는 접전을 뚫고 0.3점이라는 간발의 차이가 만들어 낸 기적이었다.
업계에서는 부강테크의 중랑 물재생센터 수주를 외국자본과 외국기술로 지어진 서울의 대표 하수처리장을 30년 만에 국산기술로 대체하는 쾌거라고 평가했다. 약 200억 원이라는 매출 또한 가장 큰 성과로 부강테크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이었다. 중랑 물재생센터 현대화 사업은 2009년 실시 설계를 완료하고 2010년 6월 시공에 들어갔다.
서남, 또 하나의 도전 (2009)
2009년 9월 우리는 또 하나의 커다란 도전기회를 맞았다. 하루 200만 톤을 처리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하수처리장인 서남 물재생센터 1차 시설 현대화 사업 시공사로 대림산업이 선정되면서 부강테크의 기술이 1차 처리와 초기우수처리에 적용되었다.
중랑물재생센터는 1차 처리와 초기우수처리시설이 각각 별도로 설계되었다. 그러나 서남물재생센터는 평소에는 계획하수량 36만톤/일에 대해 1차 처리단계에서 유입하수 내 고형물을 제거해 후속 처리공정(주 처리 공정)의 부하를 줄이고, 우기에는 72만톤/일에 대해 혼화/응집 과정을 통해 고형물을 최대한 제거함으로써 1차 처리와 초기우수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부지집약 효과를 극대화했다.
중랑물재생센터에 이어 서남물재생센터가 준공되면 부강테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시설에서 실제로 획기적인 부지집약화 기술을 입증한 세계 최초의 수처리 기업으로 단숨에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올라설 수 있게 된다.
중랑, 창사이래 최대 시련(2016)
2016년 11월, 중랑물재생센터에서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시운전을 위해 물을 채워 두었던 BBF-F 반응조에서 여재의 변형이 일어나면서 손실 수두가 상승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긴급히 여재를 교체했다. 2017년 1월 이번에는 BBF-NDN 반응조에서 손실 수두가 상승했다. 여재 변형은 크지 않았지만 통수능의 한계로 계획된 하수량의 유입이 불가능했다. 곧이어 BBF-N 반응조에서도 손실 수두가 상승했다. 여재 변형은 없었지만 절대적인 공극률 부족으로 막힘 현상이 나타나고 있었다. 우리는 다시 BBF-N 반응조에서 여재 일부를 반출했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었다.
2017년 2월 대책회의가 열렸고 우리는 서울시에 BBF-F, BBF-NDN, BBF-N 등 전 반응조에서 나타난 통수능 불량 현황을 보고했다. 우리가 찾은 유일한 해결책은 기존 여재를 통수능이 개선된 여재로 전량 교체하는 것이었다. 당시 십자형 여재를 개발하고 테스트를 앞둔 상태였던 우리는 대전 하수처리장에서 신형 여재의 통수능을 테스트하고 2017년 3월 다시 중랑에서 실제 유입 하수를 이용한 적용성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리고 전 공정에서 여재 전량 교체를 결정했다.
여재 교체작업은 꼬박 5개월이 걸렸다. 축구장 34개를 채우고도 남는 여재를 전량 교체하고 재이용이 불가능한 종전 여재를 폐기하는 데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됐다. 작업은 주말도 없이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되었고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발생하면 새벽까지 작업하는 일도 부지기수였다. 게다가 200억 원 매출에 300억 원의 비용을 단 기간에 쓰게 되면서 12년간 흑자경영을 하던 회사는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부도위기에 몰리는 등 창사 이래 가장 큰 시련을 맞고 말았다.
중랑물재생센터 준공(2018)
2018년 5월 서울 중랑물재생센터가 마침내 성공적인 시운전을 마치고 준공됐다. 중랑 물재생센터가 혐오시설의 이미지를 벗고 친환경 이미지로 재탄생하는 데는 BBF기반의 PROTEUS 기술이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PROTEUS는 하루 25만톤의 하수를 3시간 이내에 처리하면서 고속 하수처리시대를 열며 하수처리에 필요한 부지를 65% 이상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대규모 시설에서 실제로 부지절감 기술력을 입증한 사례는 중랑물재생센터가 세계에서 유일하다.
서울 중랑물재생센터 준공은 창사 이래 가장 큰 시련을 극복하고 얻어낸 쾌거였다.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힘든 경제적인 손실과 정신적인 고통을 겪었지만 우리는 꼭 해야 할 일을 올바르게 해내는 책임정신을 보여주었고 시행착오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세계 최고의 부지집약기술, PROTEUS를 보유하게 됐다.
앞으로도 혁신기술을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많은 난관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중랑의 교훈은 우리를 더욱 강하게 단련할 것이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설령 실수가 있더라도 반드시 극복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은 창사 이래 가장 큰 시련이 준 가장 큰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