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99.99%를 위한 무한책임정신
현장운영자를 전문가로
세계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던 2008년 즈음 무주와 칠곡의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무주군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은 낮은 가동율로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고 준공된 지 얼마 안된 칠곡군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은 반응조 내 미생물의 사멸로 정상 운영이 이뤄지지 않았다.
두 현장은 준공 후 지속적인 사후관리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운영인력이 부족하고 가축분뇨 처리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현장 운영자들은 문제의 원인을 모두 BCS 기술로 돌리고 있었고 경쟁사들도 이 두 현장을 악용해 우리를 비방하고 고객들에게 현장견학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부강테크의 이미지를 깎아내리기 위한 작전을 펼쳤다.
우리는 현장 담당자들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하고 두 현장 모두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사후관리는 전문가만 할 수 있는 영역으로 비 전문가인 자신들은 할 수 없다’는 현장 운영자들의 인식이 문제였다. 우리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부분의 가축분뇨처리시설은 기술력이 부족한 소수의 운영인력이 열악한 장비에 의존해 시설을 운영하기 때문에 정상운영에 대한 부담이 컸다. 우리는 발주부서에 운영인력 보충과 필요장비 구매 등 운영 정상화를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위탁 운영 요원들의 기술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함께 근무하며 1:1 교육을 실시했다.
우리가 문제해결을 위해 발 벗고 나서자 시큰둥하던 현장 운영자들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공법 탓’만 하며 방관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능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현장의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단계까지 기술력이 향상됐다. 현장 위탁운영자들은 이때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요소기술을 추가 구매도 하고 타 시설 정상화에도 도움을 주는 등 우리의 든든한 협력군으로 함께 하고 있다.
땜질 아닌 근본 해결책(2011)
2011년 부강테크는 국내 최대 익산 왕궁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을 수주했다. 가축분뇨처리 주력 기술이었던 BCS 대신 AOF와 BBF 기술을 적용하여 기존 가축분뇨 솔루션에서 한 단계 더 진화된 후단공정 솔루션의 수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현장이었다. 그러나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익산 왕궁 처리시설이 정상 가동되기까지는 특히나 많은 고민과 헌신이 요구되었다.
매스컴의 지속적인 관심을 받으며 한 겨울 촉박한 일정에 맞춰 진행된 사업은 첫 시운전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AOF의 Scraper가 두 동강이 나고 감시창이 깨지고 오존이 누출되는 등 하늘이 노래지는 상황이 계속됐다. 시운전팀의 계속되는 클레임과 발주처의 압박 아래 고장 난 설비들을 하나하나 해결하며 동분서주했던 그 해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현재 익산 왕궁 처리시설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현장 중 하나다. 시운전 단계에서 발생했던 수많은 문제들을 임기응변식 땜질이 아닌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하여 하나씩 개선하고 준공허가를 받아낸 경험은 우리의 소중한 자산으로 부강테크 솔루션의 진화를 이끄는 토대가 되었다.
신입사원 나비효과(2011)
2011년 위탁관리 중인 보은군 가축분뇨 공공처리시설은 고농도 폐수를 다 마시는 한이 있더라도 기필코 방류수질을 맞추겠다고 장담한 현장이었다. 그러나 정기 수질검사를 앞두고 AOF 초기 기술이 말썽이었다. 원인을 알아도 해결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해결의 실마리는 뜻밖에도 현장에 임시 파견돼 있던 신입 엔지니어의 사소한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고민의 끈을 놓지 않았던 신입의 열정은 아주 단순하지만 본질에 가까운 행동을 낳았다. 외부의 악취가스를 막아 오존 발생량을 높이기 위해 열려 있던 기술실의 출입문 2개를 닫고 퇴근한 것이었다. 간단한 행동이었지만 그 결과는 놀라웠다. 양 옆에 붙어있던 탈수 케이크 저장시설과 탈취설비에서 넘어오던 악취가 차단되자 오존 발생량이 상승한 것이었다.
현장에서의 작은 실험들이 효과를 보이자 신입은 더 많은 실험을 진행했다. 막대기, 철판, 버려진 덮개, 대형 선풍기, 배풍기 등 돈이 들지 않는 재료를 활용해 파일럿을 제작하고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다. 결국 스스로 문제해결 방법을 찾고자 노력했던 신입의 열정은 방류수질을 안정시키고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던 시설 개선으로 나타났다.
AOF 개선 프로젝트(2011)
난분해성 물질을 다량 함유한 가축분뇨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부상분리공정과 오존산화공정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두 공정을 별도로 설치할 경우 부지면적이 늘어나고 전체공정이 복잡해지는 단점이 있다. 우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두 공정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고도처리설비인 AOF(Advanced Oxidation Flotation)를 개발했다.
AOF는 2006년 이후 현재까지 25곳 이상의 공공처리시설에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AOF가 이처럼 많이 보급되기까지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초기 AOF는 처리효율은 우수했지만 2010년 이후 설치사이트가 많아지면서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나타나는 등 준공 후 지속적으로 사후관리가 요청되었다.
우리는 AOF의 구조적 결함과 운영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담 개선팀을 구성했다. 개선팀은 AOF 설비, 시운전, 운영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문제점들을 문서로 정리하고 설계 단계에서부터 개선사항이 반영될 수 있도록 공유했다. 개선팀의 노력으로 2014년 이후 AOF는 기계적인 결함과 운영 측면의 문제점들이 획기적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개선팀은 소기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2014년 하반기, 부상효율 향상(SS 제거율 95% 이상)과 경제성 향상(오존투입율 및 약품사용량 20% 이상 절감)을 목표로 내부과제를 진행했다. 그 결과, AOF 설비에 미세기포기술을 적용할 경우 기존 설비에 비해 고형물 제거효율이 뛰어나고 적은 양의 약품과 오존 투입만으로 난분해성 물질 처리효율이 향상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vDAF 개발(2016)
2015년 부강테크는 미세기포기술의 외부 도입을 결정하고 수소문 끝에 한국기계연구원의 홍원석 박사로부터 미세기포 발생기술(특허 10-1284266호)을 이전 받았다. 그리고 AOF 설비의 중요성과 부상분리설비 사업, 미세기포기술 사업 등 사업 확장성을 고려해 AOF TF팀도 구성했다.
2016년 AOF TF팀은 미세기포기술을 성공적으로 내부화하고 우리만의 차별화된 vDAF(Vortex DAF) 기술을 개발했다. 이후 AOF TF팀은 정식부서인 vDAF팀으로 전환되어 vDAF(부상분리설비), vDAF-O3(고농도 폐수처리 설비), vGEN(미세 기포 발생장치), vMIXER(기체용해 장치) 등 4가지 제품군을 개발하고 부상분리시장을 넘어 vMIXER 시장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99.99%를 향한 부강인의 책임정신은 현장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고민함으로써 AOF 설비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vDAF라는 혁신기술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이러한 성과는 외부기술 도입과 TF팀 구성이라는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해 적극 대응함으로써 가능했다. 2019년 현재 vDAF팀은 또 다시 vMIXER로 팀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Agile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