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과 베트남
1. 할아버지의 나라 베트남
어릴 적 아버지를 통해 수백 번도 더 들었던 할아버지의 나라, 월남 최초 통일국가를 세운 후손, 1226년 고려 고종 때 옹진 정착을 시작으로 800년의 역사를 이어온 드라마와 같은 나의 뿌리에 대한 말씀, 월남 아니 베트남은 내 가슴 한구석에 오롯이 자리 잡고 있다. 베트남 법인장으로 근무하게 된 것은 이런 면에서 내게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베트남은 안전한 국가, 젊음이 넘치는 젊은이들의 나라, 가족 중심의 유교적 문화, 높은 교육열 그리고 세계 강대국의 침범을 모두 막아내면서 높아진 국민들의 자존감에 이어 최근에는 연평균 7%에 달하는 경제성장률을 이어오고 있다. 또한 대한민국의 드라마를 좋아하고 대한민국의 화장품을 가장 선호하는 우리와 가까운 나라가 되었다.
2. 도시경제와 환경
베트남은 도시화율이 34%(2019년 기준, 한국 92%) 수준으로 매년 100만 명 내외의 인구가 농촌을 떠나 도시로 이주하고 있으며 지하철 및 도로 건설, 주택 건설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아울러 민간소비 역시 매년 10% 이상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25~35세의 두터운 연령층이 앞으로 베트남의 소비를 주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도시화에 따른 건설 투자와 소비층의 증가가 향후 20여 년간 베트남 경제를 이끌 중요한 두 축이 될 것이다.
환경 인프라 분야를 살펴보면, 상수도 보급률은 80% 이내로 높지 않으며 특히 도시 하수의 90% 정도가 정화되지 않고 배출될 정도로 필수적인 인프라가 빈약한 것이 현실이다. 2025년까지 300만 명 이상의 도시에서 70~80% 수준의 하∙폐수 정화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지만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성은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트남 정부는 도시주거지역과 공업단지의 빗물과 하∙폐수 배수시스템 구축을 의무화하고 환경기준의 준수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다는 것을 깊이 인지하고 있다. 특히, 정수시설 확충과 공급수질 향상 및 하∙폐수 처리시설 인프라 확대를 정책의 주요 우선순위로 두고 있어 수처리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다.
3. 베트남의 COVID-19 대응
9월 12일 기준으로 누적 확진자는 1,060명, 완치자 902명, 사망자 35명이며, 약 3만 5천여 명이 격리 중이라고 한다. 3월 말부터 한 달 넘게 진행된 주요 도시의 락다운(lockdown)으로 100여 일 동안 추가 확진자 없이 내수시장 활성화를 기대하였으나 7월 말 다시 다낭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약 40일간 다낭에 대한 봉쇄가 이루어지기도 했다.
코로나 확산 이후 베트남은 모든 국제선 운항을 중단시킴으로써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많은 국가와 국민으로부터 항의와 외교적인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베트남에서 코로나의 확산과 발생을 조기에 억제하고 안정화시킴으로써 톱-다운(top-down)을 통한 강력한 대응방식에 대해 새로운 평가가 이루어지고 있다. 비교적 낮은 베트남 의료시스템의 한계를 스스로 인지하고 강력한 통제력과 세밀한 실행이 코로나의 조기 안정화에 기여했다고 생각된다.
최근 우리나라 국민의 입국이 부분적으로 허가되면서 이달 초에만 4번에 걸쳐 수백여 명이 입국하여 격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베트남의 코로나 대응에 대하여 일부 네티즌의 냉소적인 평가가 있는 것 또한 이해 못할 부분은 아니다. 다만 락다운 기간 동안 현지에서 불편하고 불안한 시간을 보내면서 우리와 다른 정치시스템과 사회∙문화적인 차이점에 대해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4. COVID-19 이후 베트남 투자환경 변화
베트남은 코로나에 가장 잘 대처한 나라로 평가받기도 한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베트남은 그야말로 위기와 기회가 상존하는 대표적인 국가가 되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면 글로벌 공급 체인의 중심국이던 중국이 코로나의 발원지가 되면서 대체국으로 베트남이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의 글로벌 기업이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베트남은 중국과의 지리적 인접성 및 글로벌 공급망 일원화, 저렴한 인건비에 비해 경쟁력 있는 인적 자원, 미국, EU와 무역관계에서 유화적 제스처, 강력한 락다운 대응으로 코로나의 확산을 조기에 막으면서 글로벌 제조공장으로서 매력이 더해지고 있다.
하지만 국가봉쇄 정책으로 인적, 물적 교류가 막히면서 대외 의존도가 높던 베트남의 2020년 경제상황은 어려움에 봉착했으며 상반기에만 150만 명 이상의 실직자 발생과 내∙외국인 기업들의 휴∙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총 77만여 기업(2020년 6월말기준) 중 6만 5천여 기업이 폐업하거나 조업중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00만 명에 달하는 외국인 투자자, 자영업자 및 상시 관광객을 포함한 가족의 자국 귀향으로 직∙간접적인 내수 피해도 적지 않았을 뿐더러 특히, 관광종사자와 자영업자의 피해는 날이 갈수록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어려움 속에 교민 자영업자도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극복해 가는 과정에서 베트남 정부는 글로벌 공급자로서의 위치 확장과 내수 경기를 다지는 정책을 강하게 드라이브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에서 기업 활동을 하는 BKT VIETNAM도 위기 환경에서 생존과 성장을 이루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