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환경 키워드, 하수기반 역학
‘하수기반 역학(Wastewater-based epidemiology)’은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되기 전의 생활하수를 분석해 해당지역 주민들의 생활상을 모니터링하는 새로운 학문 분야다. 하수에는 사람의 배설물과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물질이 배출되기 때문에 특정지역의 하수는 그 지역사회 주민들의 생활습관과 건강상태를 반영한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COVID-19이 임상적으로 보고되기 전에 이미 생활하수 샘플에서 코로나바이러스 RNA가 검출됐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코로나 감염 급증 여부를 현재의 의료적 검사보다 최대 10일 더 빨리 감지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이처럼 개인에 대한 직접적인 테스트 없이도 집단 내 감염 정도를 파악하고 바이러스의 유행 여부를 사전에 탐지 가능한 하수기반 역학은 무증상 전파가 이뤄지고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은 COVID-19같은 질병에는 유효한 접근법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적인 기술 컨설팅 기업 ‘ISLE’은 최근 Covid-19에 대응하는 전 세계의 도전을 다루는 새로운 웹사이트 ‘Water Action Platform’을 오픈했다. Water Action Platform은 격주로 Webinar를 개최하고 코로나 관련 흥미로운 주제들을 다루고 있는데, 지난 7월 9일에 열린 Webinar에서는 COVID-19의 계절적 유행과 하수기반 역학이 코로나 유행을 예측하는 조기경보시스템으로서 작동 가능하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됐다. 하수기반 역학에 들어가는 비용을 산출하는 정량화 모델도 공유됐다. 하수기반 역학은 엄청난 양의 하수 속 바이러스 흔적을 찾는 일이라 정확도는 상대적으로 떨어지지만 집단감염에 관한 신속한 상황파악이 가능하고 비용 또한 적게 들어간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 Webinar를 주최한 ISLE의 피어스 클락 회장은 “좀 더 연구가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하수를 통해 바이러스가 확산될 위험은 매우 낮다”고 언급했다. Water Action Platform의 Webinar는 누구나 접속 가능하다.
국내에서도 하수기반 역학에 대한 연구 및 도입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하수기반 역학 정책토론회'에서 고려대 김성표 교수는 “생활하수를 인간의 라이프 시그널 빅데이터 라이브러리라는 인식으로 재조명해야 한다”고 말하고, “하수기반 역학을 인권침해를 최소화하는 비대면의 녹색 디지털 융합 스마트 물 관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강테크(BKT)는 COVID-19 대응을 위한 물 분야 협력을 강화하고 바이러스 저감대책 마련을 위한 가축분뇨, 하수 등의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