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의 실패가 파트너십의 성숙으로

국산 Turbo Blower… 미국에서 선풍적 인기

미국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국산 수처리 제품이 있습니다. 아마 지금까지 미국 시장에서 이 제품만큼 인정받은 환경관련 제품은 없을 것입니다. 바로 Turbo Blower입니다. 대표적인 에너지 다소비 시설인 하수처리장에서 사용되는 전력의 절반은 송풍 장치, 즉 Blower에 투입됩니다. 산소를 공급해야 미생물의 먹이가 되는 오염물질이 제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개발된 Turbo Blower는 비접촉식 에어 포일 베어링을 기반으로 기존 Blower가 소비하는 전력량을 30% 이상, 심지어는 40%까지 절감했습니다. 10%만 절감해도 놀라운 수치인데 30%까지 절약할 수 있다는 사실에 미국 시장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습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수조 원에 달하는 미국 Blower 시장이 뒤집어질 판이었습니다.

파일럿 테스트가 진행되었고, 전력 절감은 사실로 판명되었습니다. 당시 미국 Blower 시장은 이 변화에 크게 주목하지 않았지만, Turbo Blower 제품은 급격히 시장을 파고 들었습니다. 비록 초기에 시행착오도 있었고 주류 시장의 만만치 않은 반격도 있었지만 사용자들이 만들어내는 입 소문은 오로지 시장 확대에 기여할 뿐이었습니다.

탁월한 에너지 효율성과 성능을 보장하는 부강테크의 Turbo Blower

Turbo Blower 도입…에너지 시장 진출

2012년, 부강테크(BKT)가 수처리 관련 에너지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며 선택한 첫 아이템은 바로 수처리를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 적용가능한 Turbo Blower였습니다. 당시 Turbo Blower 시장은 이미 미국까지 진출한 국내 기업도 있어서 우리는 후발주자로 출발한 셈이었습니다.

수처리 공법사로서 Turbo Blower 사용에 익숙했던 우리는 Membrane 여과 장치인 FMX로 미국 시장에 진출해 있는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Turbo Blower 사업은 신규사업으로 추진하기에 매우 매력적인 대상이었습니다. 고객층이 같았을 뿐만 아니라 비교적 구매가 수월한 Turbo Blower로 시장 진입 후 다른 공법까지 제공할 수 있는 트로이 목마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한국이 원천 기술국이기 때문에 FMX 장비제조 경험을 바탕으로 Blower의 생산 판매는 그리 멀리 보이는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여러 업체를 물망에 놓고 탐색을 벌이다가 마침내 한 업체의 기술을 인수하기로 하고 생산에 들어갔습니다. 생산에 들어가자 마자 한국은 물론 심지어 미국에서도 어렵지 않게 고객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때마침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유명한 수제 맥주회사인 Stone Brewery가 수처리 시설을 증설하면서 Blower의 용량을 늘리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Turbo Blower의 실질적인 에너지 절감 효과를 수치로 보여주며 설득했고 마침내 50마력 2 대를 수주하여 발주에 들어갔습니다.

계속되는 실패…고객최적화제품 생산을 위한 사투

수만 RPM의 고속 회전체 고도 기술이 적용된 Turbo Blower를 제작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습니다. 납기는 생산 지연으로 계속 늦어졌고 6개월 이상을 지연하고 납품된 제품은 현장 여건과 제어의 문제 때문에 제대로 돌려보지도 못하고 불량으로 반품되었습니다. 설치 운전에도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한국 본사와 협력사로부터 5~6명의 인원이 동원되었지만 경험 부족으로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고객은 인내에 한계를 드러내며 장비를 철수하고 대금을 물어내라는 말이 거의 입 밖에 나올 지경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계속되는 문제들을 숨기지 않고 고객에게 즉각 해명했습니다. 그리고 고객과 향후 계획을 공유하며 고객에게 최적화된 Blower를 제작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입으로라도 불고 싶은 우리의 마음이 통했는지 Blower가 마침내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부지면적의 한계를 호소하며 50 마력 2대를 100마력 1 대로 교체해 달라는 고객의 발주 수정 요구에 우리는 다시 100 마력 1대를 발주했습니다. 우리에 대한 신뢰를 끝까지 거두지 않았던 고객에 대한 배려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100마력 Turbo Blower를 제작해본 경험이 없었던 기술 제공업체는 약속과 달리 실패를 거듭했고 고객과의 납기 약속은 또 한 번 지연되고 말았습니다.

과감한 결단…실패를 성공으로 바꾸는 법

우여곡절 끝에 다시 설치된 100 마력 Turbo Blower는 이번에는 제대로 작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언제 AS 요청이 들어올 지 모르는 불안한 나날이었습니다. 우리는 결단을 해야 했습니다. 이대로 가는 것은 고객과 회사 모두에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상황 판단 하에 경쟁사의 제품으로 무상 교체를 결정한 것입니다. 비록 제품생산과 설치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지만 해결 과정에서 우리가 보여준 책임감을 높이 평가하던 고객은 우리의 제안에 크게 놀라워했습니다. 현재 우리의 첫 Turbo Blower 현장은 정상 운영 중입니다. 그리고 Stone Brewery는 부강의 든든한 협력사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어느 분야이든 해당 기술의 고수는 그냥 만들어 지지 않습니다. 자체 생산을 포기하고 OEM 방식으로 전환한 Blower 사업은 인수 자금은 물론이고 수 차례의 AS에 장비교체 비용까지 엄청난 손실을 본 사업이었습니다. 어설픈 도전은 상처를 남기기 쉽다는 교훈을 비싼 대가를 치르고 배운 것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의 주력 프로세스에 Blower를 패키지로 함께 공급하여 손실액의 상당 부분을 만회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우리에게 Turbo Blower를 공급해온 파트너사 매출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기술의 실패가 궁극적으로 WIN-WIN 구도를 만든 것입니다.

해외시장 동반개척…협력과 상생의 파트너십 필요

우리는 얼마 전 내년도 미국 사업을 계획하면서 Turbo Blower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부품이며 정기관리 서비스 요청이 심심찮게 들어와 제대로 관리하려면 기존 거래처를 파트너사인 원 공급자에게 깔끔하게 넘겨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예의를 갖추어 정중히 메일을 보냈는데 파트너사 대표도 사려 깊은 회신을 보내 주셨습니다.

이 넓은 미국 시장에 꼭 우리 회사 기술이 아니더라도 좋은 한국 기술을 소개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입니다. 물론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 간 거래이므로 이익분배와 서로 책임질 부분을 확실히 이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기술과 제품을 소개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모든 프로젝트가 이익을 볼 수는 없는 일이어서 작은 부분까지 일일이 챙기게 되면 오히려 파트너십이 무너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번 경험을 통해 좋은 파트너는 책임감과 더불어 초기 투자의 위험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파트너십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힘든 과정입니다. 주변을 돌아보면, 전형적인 수주산업에서의 갑질문화 때문인지 우리 환경분야 역시도 협력과 상생의 파트너십이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려면 사업방식과 관점이 함께 성숙해야 합니다. 한국의 작은 시장에서 살아남은 강소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함께 협력하며 성장할 수 있는 계기들이 더 많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failuretosuccess21 bktOctober 23,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