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물재생센터에 부강 DNA를 심다.
- 중랑 승부수.. 300억 복구비용 불가능은 없다.
2008년 3월, 서울시가 중랑 물재생센터를 단계별 지하화하고 지상에 아름다운 공원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GS건설 주관으로 시작된 사업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유로화 폭등으로 인해 값비싼 외산 기자재 도입이 어려워 지면서 외산 생물여과공법이 적용된 설계안을 국산 공법으로 대체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 그렇게 부강테크와 GS가 손을 잡은 도전이 머나먼 여정의 시작이 었다. 9년이 흘러 준공을 눈앞에 둔 지금, 현장에서 다양한 일을 겪으며 악전고투 해온 부강테크에게 이번 중랑 시설현대화사업(1단계) 준공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아직도 중랑 현장과 대전을 오가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랑 TF팀 최봉철 팀장에게 물었다.
설계까지 완료된 상황에서 외산 공법 대신 사업에 참여한다는 건 부강테크에게도 큰 도전이었겠네요.
부강의 책임정신이 바탕이 된 중대한 도전이었죠. 특히 기존 설계를 부강 설계 안으로 수정했다는 건 실로 엄청난 도전이었습니다. 이런 결심을 하기까지 결정적인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당시 외산 생물여과기술 기초 설계 안은 내부반송을 포함한 질산화탈질조와 외부탄소원을 이용한 후탈질조로 조합된 공정 이었습니다. 우리나라 보증수질 기준을 준수하는 데는 무리가 없었지만, 총 질소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비싼 외부탄소원을 투입해야 하기에 유지관리비가 상승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또 한가지는 기존 설계안이 암모니아가 높게 유출되는 설계라는 점입니다. 국내에서는 수질 규제 대상이 아니지만 방류수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고도 기존 설계안대로 간다는 건 환경기업으로서 환경 보전에 이바지 한다는 철학에 위배되는 일이었습니다. 결국 설계 안을 변경하면서 굉장히 힘든 일을 겪게 되었지만 다시 돌아간다 해도 같은 선택을 할 것 입니다.
준공에 이르기까지 쉽지 않은 여정이었을 것 같습니다. 어떤 문제가 있었나요?
특히 가장 염려되었던 부분은 외산기술에 대응하기 위해서적용한 생물반응조의 높은 선속도(통수능)이었습니다. 설계 당시 생물반응조에 적용된 선속도는 문헌상으로 가능 하였지만, 부강테크에서 단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높은 선속도였죠. 그런데 선속도 증가가 여재 변형이라는 참담한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라고는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결국 수 처리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여재 전면 교체’라는 내부 결정이 내려졌고, 20년 창사 이래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습니다. 사실 상상할 수 없는 일이죠. 250,000톤/일 대형 하수처리장에 투입된 여재 규모만 축구장 34개를 채우고도 남는 양 입니다. 이 여재를 전면 교체한다는 것은 중소기업으로서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결정이었습니다.
“당장 눈앞의 이익 때문에 타협하지 않겠다는 원칙과 신념, 이것 하나로 여재 전면 교체가 시작되었습니다”
— 당장 눈앞의 이익 때문에 타협하지 않겠다는 원칙과 신념, 이것 하나로 여재 전면 교체가 시작되었습니다 —
여재 교체 작업은 꼬박 5개월이 걸렸습니다. 주말 없이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진행되었고,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하면 새벽 늦게까지 작업하는 일도 부지기수였죠. 100kg이 넘는 수문을 옮기는 작업, 쉬지 않고 가동되어야 하는 컨베이어 보수 작업은 육체적인 피로의 원인이었구요. 작업인력의 안전관리, 단위 작업간 시간준수를 위해 촌각을 다투는 작업은 현장 작업자들의 피로를 더욱 가중시켰습니다. 하지만 하루라도 지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시시각각 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수들이 곧 서울 시민의 물 복지와 직결되기 때문이었죠. 혹시라도 작업 중 문제가 발생하면 다음 작업이 미뤄지고 후속 일정 전체가 미루어지기 때문에 모든 작업에 한시도 눈 을 뗄 수 없 는 상황이었습니다. 현장에서 열성을 다해 수고해준 임직원들과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며 힘이 되어준 본사 식구들의 책임정신과 열정이 없었다면 그 누구도 달성하지 못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중랑 물 재생센터 드디어 준공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소감이 어떠신지요.
이번 프로젝트는 개인적으로나 회사입장에서나 의미가 큽니다.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당한 출혈이 있었지만, 엔지니어로서 현장에서 부딪히며 발로 뛰는 값진 경험과 교훈을 얻는 기회이기도 했습니다. 제안부터 설계, 시공, 준공까지 쉼 없이 타이트하게 진행된 만큼 우리나라 생물여과기술이 한 단계 더 발전했다는 느낌 입니다. 현재 국내에서 설계용량을 100%로 처리하는 현장은 중랑 현대화시설 뿐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번 준공을 위해 밤낮없이 현장에서 함께 고군분투한 직원들과 묵묵히 도움을 준 서울시, GS 등 현장 관계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번 사례가 환경 분야에 주는 시사점이 있다면.
환경 분야에 계시는 분들은 모두 공감할 거라 생각합니다. 환경기술은 IT기술과 달리 상용화 테스트가 매우 어렵습니다. 다양한 현장에서의 노하우는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됩니다. 특히나 Scale up의 경우, 환경공법을 가진 중소기업들이 실험과 다른 결과 등 리스크 요인을 미리 짐작하여 대응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죠. 이런 점들이 제도로 개선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기술이라도 사장될 수 있으며, 이는 곧 환경시장 성장의 저해 요소가 됩니다. 캐나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현장에서 발생할 변수들을 예측하기 위해 이미 검증된 신기술도 테스트베드 운영과정을 거친 후 보완사항이 본 설계 시 반영된다고 합니다. 환경기술을 개발하는 중소기업들이 현장의 리스크로 무너지는 안타까운 일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업계 특성을 이해하고 보호할 수 있는 제도 등이 정착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