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co:
기후변화 시대의 슬러지 레시피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런던 협약으로 폐기물의 해양투기가 금지되면서 그동안 바다에 버리던 하수 슬러지를 육상에서 처리해야 하는 필요성이 대두됐다. 부강테크(BKT)는 이에 발맞춰 2012년 1월 에너지팀을 신설하고 치열한 논의를 거쳐 슬러지 처리에 열가수분해기술을 적용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열가수분해는 혐기소화조 전단의 가용화 기술로 에너지 생산을 극대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양투기금지(런던 협약), 온실가스저감(파리기후협약)이라는 세계적인 요구에 부응하고, 추후 정부의 유기성 폐기물 에너지화 정책, 온실가스 감축목표(BAU) 달성 정책에도 부합했다.
당시 환경부는 구제역으로 매몰된 가축사체가 법적 매몰기간이 끝날 때까지도 제대로 썩지 않는 난관에 봉착해 있었다. 발굴이 허용되는 시점에 미분해 사체를 안전하게 소멸시켜 매몰지를 긴급 복원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했다. 에너지팀은 열가수분해, 연소로, BGP 등 각종 Upstream 기술을 접목한 유기성 폐기물 종합처리단지 구축을 최종 목표로 정하고 해당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정부 연구과제를 수주했다. (2012. 4. 환경부의 구제역 매몰사체 처리 과제 수주)
매몰사체 처리를 위한 열가수분해 기술개발에 착수한 에너지팀은 기존 기술과의 차별화, 고효율 처리에 기술개발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판단했다. 타 기술의 경우 스팀을 1곳이나 많아야 2~3곳에서 분사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효과적인 열전달이 어려웠다. 에너지팀은 열전달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스파저 파이프를 이용한 다점 증기분사기술을 개발하여 기존 기술과의 차별성을 확보했다.
기술개발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구제역으로 매몰된 가축사체를 반응기에 투입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약한 냄새와 사투를 벌여야 했는데 음식물처리장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베테랑들을 투입해도 한 시간을 버티지 못했다. 임금을 2-3배 줘도 소용이 없었다. 심지어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사라진(?) 경우도 있었다. 결국 에너지팀이 직접 사체를 분해하여 열가수분해 반응기에 투입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파쇄기와 투입 설비를 추가로 구성했다. 비지땀을 흘리며 작업을 하고 나면 또 다른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온 몸에서 지독한 냄새가 나니 식당에 가면 문전 박대를 당하기 일쑤였고 고속도로 휴게소 식당에서도 구석자리에서 눈치를 보며 밥을 먹어야 했다. 파리까지 주변을 맴돌며 식사를 방해했다. 현장에 한번 갔다 오면 몸에 벤 냄새가 일주일 넘게 없어지질 않아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어려울 지경이었다.
에너지팀은 파일럿 규모의 열가수분해 설비를 운영하며 증기생산을 위한 보일러 설비, 탈수 설비 등도 발굴해 열가수분해 패키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열전달 최적화를 위한 최적 운전조건을 도출했다. 파일럿 운영결과와 노하우는 환경부로부터 녹색기술인증을 획득하는 바탕이 됐다. (제GT-14-00114호, 다점 증기 분사방식의 열가수분해 공정을 이용한 유기성 폐기물 감량화 기술, 2014.07) 과제 마지막 단계에서는 이천시 매몰지 내에 Draco 실증화 단지를 구축하여 사체 처리를 완료하고 열가수분해 패키지 시스템 성능을 입증했다. (2016 환경부 과제 완료)
Upstream에서 Upcycling까지
2014년, 농림부가 발주한 ‘동물복지, 환경오염 등이 고려된 AI 감염 가금류의 효율적 살처분 및 열가수분해 사체처리 기술개발’ 과제는 열가수분해기술의 사업화 기반을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실험은 강원도에 위치한 서울대학교(위탁기관) 평창캠퍼스에서 진행됐는데, 열가수분해 반응 중에는 지독한 냄새가 나는 데다 반응기의 온도가 크게 올라가 옆에 서 있기가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밖으로 나오면 엄청난 추위가 기다리고 있어 냄새와 추위라는 두 적과 싸워야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구제역 매몰사체와는 달리 이번 과제에서는 평창캠퍼스 내 사육장에서 처분 예정인 산 닭을 받아서 실험을 진행하곤 했는데 반응기 투입구가 좁아 살아있는 상태에서 투입이 불가능했다. 중식당에서 쓰는 중식도나 실톱으로 산 닭을 2등분해야 했는데 내장과 피가 튀기 일쑤였다. 한동안 닭이 날아다니는 악몽을 꿨고 닭고기를 먹지 못했다. 하지만 고생은 헛되지 않았다.
에너지팀은 가금류(닭, 오리)를 처분하는 과정에서 열가수분해 반응으로 털과 뼈 등의 제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당시 도축장에서 발생하는 돼지 털, 발굽, 소뿔, 적내장은 처리가 어려워 대형 도축장마다 폐기물 처리기술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도축폐기물을 대상으로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하고, 기술이 필요한 도축장을 대상으로 시연회와 기술설명회를 진행했다. 에너지팀의 이러한 노력은 결국 국내 최초로 Draco를 적용하는 부경양돈 농협 슬러지 감량화 사업 수주로 이어졌다. (2016 부경양돈 농협 슬러지 감량화 사업 수주)
국내 Draco 사업 진척에 발맞춰 미국 법인은 도축폐기물의 단백질에 케라틴과 같은 유용자원이 함유돼 있다는 점에 착안해 유용자원을 회수하는 연구를 자체적으로 수행했다. Upcycling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Tasaki 박사는 소형 열가수분해 장치를 이용해 돼지 털이나 발톱 등을 열가수분해하고 FMX를 이용해 케라틴, 아미노산 성분을 분리/농축하는데 성공하며 유용자원의 회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특허 등록 제10-19766568, 유기성 폐기물에서 열가수분해와 분리막을 이용하여 단백질과 아미노산을 회수하는 방법) 도축장에서 나오는 털이나 발톱은 재이용처가 없어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매립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제적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