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지원하는 방식도 혁신이 필요하다

 

산업통상자원 R&D 전략기획단(OSP; Office of Strategic R&D Planning)은 산업계나 학계의 혁신적 제안을 정책에 반영하고 집행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입니다.


OSP에서 발간한 '플랫폼 레볼루션'은 우리나라 산업계의 혁신을 지원하는 공조직 리더들의 만만치 않은 내공과 통찰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저 그런 시시한 공무원들이 대충 쓴 책이 아닙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개인의 전문성과 경험을 키운 백전노장들이 대한민국 산업의 혁신 현장에서 쌓은 노하우와 고민을 담아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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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의 기적을 이끈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수직적 연계 시스템은 이미 그 수명을 다했습니다. 이 책은 문제해결 의지를 가진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함께 하는 수평적 플랫폼의 구성과 이종 플랫폼들 간의 연계를 통한 새로운 생태계 구축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습니다.
최근 혁신이 다양한 분야 기술들의 컨버전스로 이루어지고 있고 많은 솔루션이 개별 기술이 아니라 잘 조직되고 균형 잡힌 프로세스로 제공되는 경우가 늘어 나는 현실을 보면 이런 전략이 꼭 필요합니다.

미국에서 10년 이상 사업을 하면서 우리나라처럼 혁신을 국가가 지원하는 나라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혁신으로 이룬 차별화된 경쟁력이 없다면 국토도 작고 자원이나 자본도 빈약한 우리는 무엇으로 생존할 수 있었을까요? 생각 있는 공무원과 기업인들, 엔지니어, 연구자들이 사업보국의 기치 아래 국가와 후손들을 위해 사명감을 갖고 대처해야 합니다.

저는 이 책이 제시하는 큰 방향에 동의합니다. 관건은 플랫폼과 생태계에 어떻게 양질의 플레이어들을 불러 모으고 그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충족시키냐 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바탕으로 혁신을 지원하는 원칙을 바로 세우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혁신과제는 미리 고민하고 부단히 노력한 사람들에게 개방적이고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아직도 단순히 더 많은 사람에게 나눠 주기식 지원을 하거나 인맥이나 명성에 입각해 지원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제가 포함된 환경분야에선 죽지 않고 국가과제로 연명하는 수많은 좀비기업을 양성하고 자원배분 실패로 경쟁우위에 설 기회를 박탈하는 과오를 범하고도 이게 마치 기회의 공정한 제공으로 왜곡되기도 합니다.

플랫폼이나 생태계 구축의 초기 단계에선 일정 수준 이상의 실력, 가치관, 품성, 아이디어를 가진 플레이어 위주로 저변을 구축한 이후 확대 전략을 실시하는 방향으로 Stage를 나누는 것이 현실적이라 생각합니다. 기술뿐만 아니라 국민 세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미래 먹거리를 만들고 경쟁력을 키우는 방식도 혁신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좋은 책을 읽고 갑작스러운 애국심과 사명감에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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