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 성향에 맞는 호칭 사용하기
왜곡되어 있던 급여시스템을 손보고 인사평가의 목적을 ‘보상이 아닌 육성’으로 바꾸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회사 식구들의 직무성향을 찾고 그 사람이 잘하는 일을 찾아 경력사다리를 제공하자는 취지입니다. 이는 우리 비전인 ‘Happy BKT’를 이루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인데 이런 저런 사유로 오래 미뤄져 왔습니다.
사람들이 조직에 들어오면 R&D나 시공, 영업, 설계 등의 일을 합니다. 그런데 일정 기간 그 일들을 잘 해내면 본인들 의사와 상관없이 회사는 승진을 시킵니다. 그리고는 잘하던 일과 무관한 관리, 경영 업무가 추가되면서 갑자기 무능한 사람이 되고 불행이 시작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잘 하는 일이 있고 못하거나 싫어하는 일이 있습니다. 20년을 경영하며 느낀 점은 모자란 부분을 보완하고 잘못을 바로잡기 보다는 잘 하는 부분을 더 잘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낫다는 것입니다.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아이들과 달리(제 생각엔 아이들도 어느 정도는...) 대부분 성인들의 경우 직무성향이 어느 정도 결정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 식구들 스스로도 자신의 성향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올해부터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컨설팅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인사가 중요하다고 외치면서도 정작 이 분야에 대한 투자에 인색했던 것을 반성하면서...
컨설팅은 설문 및 직무적성 테스트를 통해 개인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이런 종류의 테스트 신뢰성에 대한 많은 문제제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많은 선진 기업들, 심지어는 정부 조직까지 이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그 유용성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 확보되어 있다는 반증이라고 봅니다. Ray Dalio도 그의 저서 Principle에서 MSC기법을 이용한 직원들의 직무성향 평가를 통한 업무 할당 및 배치를 실행해 왔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결국 이 분석결과를 어떻게 우리 문화에 맞게 긍정적으로 활용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합리적으로 진화해 나가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식구들의 직무성향을 과학적으로 파악하여 제 몸에 맞는 옷을 입히고 거기에 합당한 직무사다리를 세우려고 합니다. 임원이 되어야 존경받고 대우받는 전근대적인 시스템을 철폐하기 위해 우리는 이미 호칭 변화, 직급 철폐를 수년 전부터 진행해 왔습니다.
이런 성향 결과를 통해 자신들의 한계가 결정되고 불이익을 받을지 염려하는 일부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일의 목적이 사람들의 생각을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직무를 찾는 겁니다. 아울러 성향 자료가 식구들에 대한 이해 폭을 넓혀 오해나 화를 줄이는 등 긍정적인 측면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내년부터 기존 직급 대신 자신의 성향이나 하는 일을 확연히 들어낼 수 있는 새로운 호칭을 만들어 전사적으로 사용해 보려 합니다. 실제 명함에 이 호칭을 넣어 사용해 보면 재미도 있고 하는 일도 근사하고 선명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회사 직위의 예)
Dreamer
Drummer
Accommodator
Wash machine
Navigator
Leader
Father
Creator
Alchemist
Pathfinder
Developer
Raider
Conqueror
Promoter
Deliveryman
Designer
Maker
Builder
Mentor
Maestro
예를 들어...
가축분뇨에서 Anti-oxidant나 케라틴 등을 추출하는 타사키 박사의 경우엔 Alchemist / Dr. Ken Tasaki 등으로 표현하는 거죠.
저는 식구들의 행군에 기본 박자를 맞춰 주는 Drummer라는 호칭을 쓰고 싶었는데 몇 분께 의견을 구했더니 자신들이 북(Drum)이 될 것 같다며 거부 의사를 확실히 하더군요...
혁신은 의지와 실천의 곱셈이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둘 중 하나가 Zero면 혁신도 없겠지요.
가볍고 빠르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행해 보고 본래 취지에 맞게 부단하게 변화, 적용해 가는 노력이 중요합니다.